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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함께 눈먼새로 살자

선혜입니다 2017. 4. 3. 16:38


◐ 우리함께 눈먼새로 살자 ◑

  삭풍 몰아치는 언덕에
  한자락 남아, 웅크리고 있던 계절이
  무서리 속으로 숨고 나면
  하얀 억새꽃의 반짝임만 포근히
  산허리를 감싸 안는
  시린 겨울이 시간을 얼린다.

  계절이 그러하듯
  겨울에 떠밀려 고운 가을
  되올 기약 없는 먼 길 떠나듯
  상사화 보다 더 붉게 타오르던
  사랑도 그리움만 빈 대지위에 가득 펼쳐놓고
  회색의 계절 속으로 떠나간다.

  아쉬움이야
  해거름 노을자락 보다 더 넓게
  가슴을 덮지만, 안타까움이야
  파도 머리에 올라탄 포말에 비할바
  아니지만,

  어쩌랴
  사람의 생이 그런 것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며 이름 없는 해변의 몽돌처럼
  그렇게 닳아가는 것을...

  그저 무딘 가슴으로 감내하며
  눈먼 새로 살자, 우리...

                                             -좋은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