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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열릴 때까지는

선혜입니다 2016. 4. 9. 12:33



앵두가 열릴 때까지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 속입니다.


달팽이 한 마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무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달팽이의 느릿느릿한 나무 타기를 지켜본던 친


구들이 놀려댔습니다.


 


 


 


"이 바보 달팽이 녀석아! 저 커다란 나무에 네 느린 걸음으로


언제 올러가려고 그러니?"


나무 위로 날아가던 새기 한마디 보탰습니다.


"지금은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먹을 것도 없는데 워 하러 그


렇게 힘들여 올라가니, 이 멍청아."


이번엔 다람쥐가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지금 올라가봤자 앵두도 없단 말이야."


 


 


 


잠자코 듣고만 있던 달팽이가 동물들에게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만 내가 저 꼭대기에 올라갈 즈음에는 분


명히 앵두가 열릴 거야."


 


 


 


느리게 산다는 것.


한시가 다르게 변화하는 초고속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새벽같이 사회에 뛰어들어 일거리를


해치우고 빵을 씹으며 또 따른 장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학교


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도서실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쁩니다.


 


 


 


그러나 느리게 사는 일은 너무도 여유롭고 즐거운 일입니다.


하루 정도는 빈둥대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절로 정신이 밝


아질 때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래오래 아침식사를 합니


다. 오후에는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산책해도 좋고, 읽고 싶었


던 책을 뒤적거리거나 슬리퍼 바람으로 영화를 보러 가도 좋


습니다.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없던 당신의 날


들을 돌이켜보고, 바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켜주는 휴식의


시간입니다.


 


 


 


 


그 다음은 신뢰할 만한 다른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나의 의견만 이야기하기도 바쁘다고 생각하기 이


전에, 상대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용히 경청할 시간


을 가지십시오,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자막으로 기다리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것이 세상의 어느 부분에


가닿을 때까지 기다리길 바랍니다. 서둘러 내 능력을 인정받


고 재빨리 출세해야 한다는 고집은 스스로와 세상을 피로하


게 만듭니다.


 


 


 


 


내 안의 능력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이 날 때까


지 준비하십시오. 그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


다. 당신이 천천히 한 발씩 나무를 타오르다 보면, 얼어붙었던


나무에 달콤한 앵두가 가득 열려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느리게 올라온 당신은 느긋하게 맛있는 앵두를 즐기


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