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펴시오
손을 내려다 본다.
주먹을 쥐어 본다.
사람들은 집착 때문에
그리고 긴장 때문에 주먹을 부르쥔다.
가만히 낮은 소리로
"손을 펴시오"라고 말해 본다.
그러니까 그 말은 욕심을 버리라고
집착을 끊으라고,
긴장을 풀라고 하는 말이다.
병 속의 땅콩이 먹음직스럽다.
원숭이는 얼른
손을 집어넣어 한 움큼 잡는다.
그런데 그만 병의 입구가 좁아
주먹 쥔 손이 빠지지 않는다.
주먹을 펴야 할 텐데,
원숭이는 당장
손아귀의 땅콩을 포기할 수가 없다.
삶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항상 무리수를 두기 마련인데,
자칫 잘못하다간 주먹을 피지 못해
병에서 손도 땅콩도 꺼낼 수 없는
이 원숭이의 처지와 비슷해지기 쉽다.
자유도 잃고, 욕심도 못 채우고,
살면서 욕심으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 때가 많지만,
될 수 있으면
애써 힘을 빼도록 하는 것이 좋다.
빈 손이 된 후에야
다시 무언가를
누군가를 잡을 수가 있을 테니까.
가파른 고갯길 일수록 쉬어가며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고,
삶이 풍족하려면
여유가 없이 빡빡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서숙의 '일부러 길을 잃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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