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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덤벙 살아가기

선혜입니다 2015. 9. 5. 14:16

 

      덤벙덤벙 살아가기

 

      어느 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께서는 한쪽 눈을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
    "너무 걱정마라.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 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 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
    하지만 덤벙 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이 알지 못했지만......

    몇 년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이 '덤벙주초'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라는 누각이 있다
    .
    특이한것은 누각의 기둥이다
    .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한 것이다
    .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이 만들어 졌다.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다
    .
    초석을 덤벙 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라 불린다.
    순간 할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 세상은 덤벙 덤벙 사는거야. "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풀 수 있겠다.
    .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때 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
    그렇다 세상은 언제나 흔들거린다
    .
    흔들거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
    .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
                                (불혹,동화에 혹하다)박윤수,이순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희망도 없다......알베르 카뮈.....